2016년 노벨생리의학상은 세포 내 재활용 시스템이라고도 불리는 오토파지 현상(autophagy, 자가포식)의 원리를 밝힌 일본 도쿄공업대 오스미 요시노리 명예교수에게 돌아갔다. 2010년 체외수정 기술 개발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에드워즈 교수 이후 오랜만의 단독 수상이다.

세포 내 청소부 역할을 하는 오토파지

오스미 교수는 오토파지 분야의 개척자인 것은 물론, 많은 후학들을 배출해 오토파지 연구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그의 제자들은 오토파지 연구를 이어받고 확장해 지금까지도 활발히 연구하고 있다. 이렇게 형성된 인프라 덕분에 일본은 오토파지 연구에서 세계적으로 가장 앞서 있다.
오스미 교수는 오토파지가 세포 내에서 ‘청소부’ 역할을 한다는 사실뿐만 아니라, 당시 이미 학계에 알려져 있던 단백질 분해 분자인 프로테아좀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던 세포 내 기작까지 속 시원히 밝혀냈다. 당시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던 분야였지만 자기 소신과 신념을 바탕으로 꾸준히 연구한 성과가 빛을 발했다.

효모에서 관찰한 ‘스스로 먹는’ 청소

오토파지는 세포 내에서 더 이상 필요 없어진 구성요소나 세포 소기관을 분해해, 다시 에너지원으로 재생산하는 현상이다. 그리스어로 ‘자기’를 뜻하는 auto와 ‘포식’을 뜻하는 phagein을 합친 말로 ‘스스로 먹는다’는 뜻이다.
오토파지라는 이름은 1960년대에 벨기에의 생화학자 크리스티앙 드 뒤브가 붙였다. 그는 세포 소기관인 라이소좀을 현미경으로 관찰한 뒤, 그 안에 들어 있는 세포 구성성분과 소기관이 분해되는 현상을 발견했다. 그는 내용물을 분해하기 위해 이들 구성성분이 자가소포체 형태로 라이소좀까지 배달되는 모습도 발견했다. 하지만 당시까지만 해도 이 현상이 어떻게, 왜 일어나는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오토파지를 직접 눈으로 관찰하는 것조차 어려웠기 때문에 연구는 진전이 더뎠다.
이때 오토파지 현상에 주목한 사람이 오스미 교수였다. 그는 진핵생물 가운데 비교적 단순한 효모를 골랐다. 하지만 효모는 세포가 너무 작아서 그 안에서 일어나는 오토파지를 현미경으로 관찰하기가 쉽지 않았다. 당시 과학자들은 오토파지가 정말 효모에서도 일어나는 현상인지조차 의심했다.
난관에 봉착한 오스미 교수는 창의적인 방법을 떠올렸다. 효모에서 오토파지 현상을 교란시킨 뒤 현미경으로 관찰하는 것이었다. 그는 분해되지 않은 자가소포체가 효모 안에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여기에서 힌트를 얻은 오스미 교수는 효모에 일부러 돌연변이를 일으켜 오토파지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효모를 만든 뒤 관찰해, 자가소포체 안에 세포 구성요소나 소기관들이 분해되지 못하고 쌓여 있는 것을 확인했다.

오스미 교수의 효모 실험 결과. G는 골지체, V는 액포, AB는 자가소포체다. 그림 b와 d를 비교하면 자가소포체의 변화를 알 수 있다. <출처: Journal of Cell Biology, 1992, 119, 301-311>
1992년 오스미 교수는 효모에서 오토파지가 일어난다는 사실을 학계에 보고했다. 이듬해에는 같은 방법으로 오토파지가 일어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유전자 15개를 찾았다. 유전자들은 자가소포체가 만들어지는 과정에 필요한 단백질을 만들었다.
그는 당시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던 세포 내 또 다른 쓰레기 처리 시스템 연구에 뛰어들어 작용 과정과 관련 유전자를 밝히고 후속 연구를 할 수 있게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선구자다. ‘오토파지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얻은 이유다.

세포 내 오토파지 기작

고장 난 오토파지 고치면, 난치병 치료할까

오토파지는 우리 몸에서 항상 일어나고 있다. 우리 몸은 건강한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손상되고 노화된 단백질과 세포 소기관들을 꾸준히 분해한다. 그리고 일정량은 다른 곳에서 재활용한다. 오토파지는 우리 몸의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해 평상시 매우 낮은 수준으로 일어나고 있는데,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에서는 더욱 신속하게 활성화된다.
예를 들어 밥을 제때에 먹지 않아 영양분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으면 우리 몸은 오토파지로 세포 내 구성요소들을 분해해 생존에 필요한 아미노산과 에너지를 얻는다. 또 몸속에 침투한 세균이나 바이러스를 오토파지를 통해 제거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오토파지에 이상이 생기면 헌팅턴 무도병과 치매, 파킨슨병 같은 퇴행성 뇌 질환과 암, 여러 대사 질환이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오토파지가 필요한 시간에 적절한 장소에서 제대로 일어나지 못해, 기능적으로 변형된 단백질과 소기관들이 쌓여 세포의 항상성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얼마 전 유명 연예인이 앓고 있다고 알려진 만성 염증성 장 질환인 크론병도 오토파지와 관련있다. 국내에서는 희귀한 병이지만, 미국에서는 환자가 70만 명이 넘으며 사망률도 상당히 높다. 최근 과학자들이 크론병 환자들의 유전자를 분석한 결과 오토파지에 관여하는 유전자에서 돌연변이를 발견했다.

일본 도쿄대 의대 세포생리학과 노보루 미즈시마 교수팀이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오토파지. 쥐 배아의 섬유모세포에서 찾았다. 자가소포체 안에 노화한 소포체와 미토콘드리아가 보인다. <출처: Noboru Mizushima, et al, Nature Cell Biology, 12, 823–830>
과학자들은 오토파지의 기능을 다시 활성화시키면 이런 난치병들을 치료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다양한 임상 실험을 통해, 오토파지를 활성화시키거나 라이소좀의 작동 효율을 높이는 방법으로 병의 진행 속도를 늦추거나 치료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많은 과학자들이 오토파지 과정을 표적으로 하는 약물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오토파지에 대해 모르는 것이 너무 많다. 전세계적으로 오토파지에 대해 활발하게 연구한 지 아직 20년이 채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도 오토파지에 관여하는 유전자를 추가적으로 알아냈고, 또 조금씩 다른 여러 종류의 오토파지가 일어난다는 사실도 밝혔다.
이제는 오토파지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을 밝힐 때다. 현재까지는 대부분 세포질에서 오토파지 단백질들이 어떻게 결합하고 기능하는지에 초점을 맞췄지만, 앞으로는 핵 내에서 어떤 유전자가 발현하고 전사 과정 중에 어떻게 조절되는지 밝혀야 한다. 핵단백질을 표적으로 하는 치료제가 오토파지 관련 질병에 더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효과를 줄 것이라는 기대가 큰 만큼, 앞으로 오토파지를 조절하는 유전자 발현 조절 기전에 더 많은 연구와 관심이 필요하다.